후텁지근한 여름,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당장 몸은 시원해도 월말에 날아드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마음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전기요금을 아끼면서도 에어컨의 냉기를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버려지는 하수와 태양열을 활용하고 공기 중 습기를 제거하는 기술로 전기 소모를 확 줄이는 냉방 기술이 실제로 적용돼 주목받고 있다.
냉매 사용도 줄어들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크게 억제할 수 있어는 일석이조다.
◆ 버려지는 하수로 고효율 냉방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명수 박사팀은 하수는 물론 하천수, 해수를 이용해 고효율 냉방을 하는 기술을 개발해 현재 대구시 서부하수처리장에서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여름철 물 온도가 25도 정도로 대기 온도(30도)에 비해 더 낮은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이 박사는 "지금은 에어컨 실외기를 공기로 식혀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공기가 아니라 물로 식혀주는 방식을 사용하면 효율이 더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물과 공기의 온도차를 이용한 기술은 냉방뿐 아니라 난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냉난방에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연구팀은 3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또 국내 243개 하수처리장 중 20%에만 이 기술이 적용돼도 연간 528만배럴의 원유를 절감하고 220만t의 CO₂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태양열 발전으로 에어컨 돌린다
=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얼핏 들으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태양열을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냉방이 가능해진다.
먼저 태양열로 냉매인 물을 데워 증발시킨다. 이때 수증기를 흡수식 냉동기를 이용해 찬물로 환원시키면 온도차가 발생하는데, 이를 냉방에 이용(흡수식 냉동 방식)한다. 냉방용으로 태양열을 활용한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곽희열 한국에너지연구원 박사는 이처럼 태양열을 이용한 냉각 시스템을 2005년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다. 현재 광주 서구문화센터 열람실에 설치돼 지금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 주고 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태양열로부터 연간 120Gcal(기가칼로리ㆍ 1㎿h=0.860Gcal)의 열량을 얻을 수 있어 약 12t에 달하는 원유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곽 박사는 "현재 국내에 6군데 정도 냉각 시스템이 보급돼 있고, 상용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방비용 절감과 함께 여름철 태양열 집열기가 과열로 손상되는 문제도 해결됐다.
냉방을 위해서는 평평한 태양열 집열기 대신 진공관 안에 집열기가 설치돼 있는 진공관형 집열기가 필요하다. 열에너지의 대류와 전도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태양열을 이용한 냉방을 하려면 최소한 90도가 넘는 온수가 필요한데, 평평한 집열기로는 60도 정도의 온수밖에 얻지 못하는 반면 진공관형 집열기로는 90도가 넘는 온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 공기 중 수증기 잡아 냉방 활용
= 샤워를 한 직후 욕실을 나서면 굉장히 시원하다. 물기 어린 피부로 선풍기 앞에 서면 그 시원함은 더해진다.
이처럼 뜨거운 곳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활용한 게 바로 제습 냉방 시스템이다.
이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제습 냉방 시스템 상용화 연구에 한창이다.
제습 냉방 시스템을 사용하면 기존 냉방에 필요한 전력의 20%만 사용해도 냉방이 가능해진다. 냉매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60도 정도의 낮은 열원으로도 냉방이 가능해 지역난방이나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다. 시스템 구성이 간단해 생산비용이 적고 온도와 습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제습 냉방 기술은 설치비가 기존 냉방 시스템보다 2배 남짓 비싼 게 단점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산업용이나 저습도가 필요한 곳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제습 냉방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공기 중의 습기를 흡수하는 제습로터와 더운 공기에 물을 뿌려 열을 식혀주는 증발 냉각기가 두 축이다.
제습로터는 흔히 기저귀에 쓰이는 제습제를 변형해 만들었으나 흡수 능력은 기존 제습제보다 4~5배 뛰어나다. 증발 냉각기는 뜨거운 땅 위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Vlad Magdalin